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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비가 온다, 선배가 온다, 가을이 온다
- autumn is fall
- 조회 : 493
- 등록일 : 2024-09-21
1. 비가 옵니다. 저는 비 오는 날이 싫습니다. 신문이 눅눅하기 때문입니다. 모름지기 신문은 팔랑팔랑 종이를 넘기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비 오는 날엔 신문지가 흐물거립니다. 오늘은 특히 한겨레가 젖어있었습니다. 슬픈 일입니다.
단비서재에서 축축한 마음으로 축축한 신문을 보는데, 밖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렸습니다.
2. 선배가 왔습니다. 14기 김지윤, 최은솔 선배가 양손에 먹을 걸 사들고 학교에 왔습니다. 세저리 최고의 사회성을 가진 제가 두 분을 모셨습니다.
선배들이 낯익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최은솔 선배는 저를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몇 달 전 학교에 왔을 때 단비서재에서 저를 보셨다고 합니다. 이것이 현직 기자의 눈썰미입니다.
제가 말했습니다. “기자도 주말에 이렇게 쉴 수 있군요!”
선배가 답했습니다. “아... 예... 뭐 그럴 수 있죠....”
아무도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3. 맛있는 것만 가져오신 게 아닙니다. 용기와 팁도 가져오셨습니다. 선배 두 분은 경제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도 경제지에 관심 있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할 수 있다는 용기와 함께 여러 팁을 주셨습니다. 연락처도 받았습니다.
후배를 향한 내리사랑, 우리가 세저리를 다니는 이유입니다.
저는 꿈이 있습니다. 졸업을 하고 기자가 되어 학교에 놀러오는 겁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후배들을 위해, 먹을 걸 잔뜩 사들고 오려 합니다. 언젠가 단비서재 책상도 기증해볼까 합니다.
책상이 낡아 삐걱거립니다. 선배님들... 책상이 삐걱거립니다...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4. 가을이 옵니다. 선배들이 떠나신 후 나가보니 비가 그쳤습니다. 공기가 달라졌습니다. 가을 냄새가 납니다. 노란 나뭇잎들이 조금씩 보입니다. 세저리에도 가을이 오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