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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수습기자 정호원'에게 세저리란?
- 석쌤+정호원
- 조회 : 1187
- 등록일 : 2024-06-09
지난 4월 신록이 눈부시던 어느 날, 세저리 체육대회(맞나요?) 하는 날, 제천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던 정호원 씨가 그 사이에 헤럴드경제의 취재기자가 됐습니다. 벌써 입사하고 수습기자로 뛰어다닌 지가 2주차가 지나갔습니다.
체육대회에 달려왔다가 예기치 않게 지구를 향해서 몸을 던졌던 얘기는 안 쓰려고 했는데 본인이 직접 언급을 해놨네요. (그 장면은 사진이 없어서 아쉽...) 여튼 세상에는 곳곳에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고, 항상 우리는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기를 바랍니다.^^
글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호원 씨의 무한긍정 에너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답니다. 역시 긍정의 힘은 위대합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리고, 우리 모두 정호원 씨가 동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잘 기억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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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입사 2주차에 접어든 수습기자 정호원입니다. 누가 합격 소감을 쓰나 했는데 제가 쓰고 있자니 적잖이 부끄럽습니다. 석쌤이 새롭게 만드신 전통에 참여하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전통이 오래오래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합격 소감 요청을 받았을 때 ‘나에게 세저리란 뭘까?’를 다시 떠올려 봤습니다. 고민 끝에 그 답을 내렸습니다. “나에게 세저리란 모범답안이다.”
세저리를 졸업 한 뒤, 한 언론사 인턴으로 일했던 적이 있습니다. 세저리에서 저널리스트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배운 것들을 그곳에서는 하지 못한 경우가 더러 있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인력이 부족해서 등등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때 일의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당장 포털과 구독자의 관심에 맞춰 살아 남아남기 위해 애쓰는 언론사에서 ‘슬픔’을 느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더 나은 것이 있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기에 ‘기쁨’을 느꼈습니다. 저널리스트로서 더 나은 것을 할 수 있다는 모범답안을 알려준 세저리가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졸업하고서 더 크게 느낍니다. 선생님들께 늘 감사합니다. 덕분에 앞으로 기자로 지내면서 쉽게 냉소주의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족하지만, 늘 더 나은 것을 기대하면서 기사 쓰겠습니다.
겨울의 인상이 강한 제천. 합격기마다 등장하는 눈길. 이건 문화관과 도서관 사이 길로 보이네요. 목은수, 박정은, 신유미 씨에 이어서 오른쪽 마지막이 정호원 씨.
“세저리 후기를 쓰게 됐는데 어떤 걸 써야 도움이 될지 고민이다”라고 말하자 한 친구가 “세저리에 온 친구들 중에 빨리 취업하길 원해서 조급해진 친구들도 있다. 졸업하고도 조금 더 공부한 뒤에 취업을 할 수 있었던 사람으로서 그 시간들을 어떻게 보냈는지 말해준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하더군요.
저는 기자의 ㄱ도 모르는 2021년 5월 언시를 시작해 딱 3년이 지난 올해 5월 입사했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3년차 직장인이 되는데 저는 3년차 취준생이라서 공부보다 마음이 힘들었던 때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될 거라는 보장 받고 시작한 공부도 아닌데 버티기 비법이 따로 있었을까요? 그냥 하는 수밖에요. 대신 열심히 공부했다는 근거들을 눈에 보이게 남겨놓기 위해 신경 썼습니다. 그리고 그걸 ‘눈에 보이는 자신감’이라고 불렀습니다. 언시라는 건 범위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동안 열심히는 했는데 뭘 한 거지’라는 우울감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물성을 가진 무언가로 제 시간을 기록하는 게 필요했습니다. 가령 신문을 읽기만 한 게 아니라 좋은 기사들은 직접 오려서 스크랩북으로 만들었습니다. 필사노트를 만들어 매일같이 한 사안에 대해 논조가 다른 두 언론사의 사설을 필사했습니다. 다시 열어보지 않을 것 같아도 말이죠.
쑥스럽지만 ‘감사일기’라는 것도 매일 썼습니다. 오늘 뭘 공부했는데 어떤 걸 새롭게 알게되어 뿌듯하다는 자잘한 내용까지 썼습니다. 아무것도 못한 무기력한 하루여도, ‘오늘 하루 공부 안하고 쉬어서 감사하다’고 썼습니다. 언론사 입사가 내 뜻대로 빨리 되지 않아 답답할 뿐이지, 조금만 관점을 바꾼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인 것 같습니다. 사소하지만 도움이 됐습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 이상으로 ‘잘 쉬는 것’도 신경 썼습니다. 제천에 <우주산책>, <관계의 미학> 등 멋진 카페들이 많습니다. 쉴 틈이 생긴다면 거기 가서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며 쉬었습니다. 매일까진 아니더라도 운동도 꾸준히 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했습니다.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도 좋지만 ‘안 된다고 죽기야 하겠어. 뭐라도 하면서 먹고 살겠지’ 하는 조금 여유있는 마음을 가지려고 했고 실제로 그렇게 믿었습니다. 선배들 합격수기에 늘 등장한 ‘운칠기삼’... 시간이 흐르고 나니 맞는 것도 같습니다. 저에게도 맞는 기회와 운이 찾아와 줄 거라고 믿었습니다. 쓰고 보니 간증같네요. 믿으세요 여러분...!
대문 사진도 일본 취재 중에 찍은 건데, 이것도 일본 취재 중에 찍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진. 취재 중인지 아닌지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김.
마지막으로 세저리에서 동고동락한 친구들이 있어서 완주를 할 수 있었습니다. 혼자서 공부했다면 중도 포기했을 것 같습니다. 함께 일본으로 해외취재도 다녀오고, 두 달간 쏘다니며 쓴 기획기사를 공모전에 출품해보기도 했습니다. 난생처음 가왕전에 출전해 노래로 상도 받아보고, 체육대회 나가서 무릎 깨져가며 열심히 놀기도 했습니다. 그런 추억들 많이 만들고, 배우며 세저리 생활 하시길 응원하겠습니다.
참, 세저리 생활하며 선배들이 보내준 간식들을 잘 먹었던 것도 소소한 기쁨이었네요. 저도 단비서재 간식도둑들을 위해 간식창고 채우러 가겠습니다. 까망이 간식도 잊지 않고 챙겨갈게요!
*혹시 전형이나 추가적으로 궁금하신 부분이 있다면 편하게 연락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