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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저리 이야기
지역사회부장 이채현, ubc 울산방송으로~
- 석쌤
- 조회 : 211
- 등록일 : 2025-02-04
신입생 면접을 볼 때 희망 진로를 묻는 질문에 '신문기자를 할지 방송기자를 할지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당사자보다 지켜보는 사람이 더 정확할 때가 있다. 그때 내 느낌은 방송기자 잘 하겠다는 것이었고, 진짜 그렇게 됐다. 고향 부산과 가까운 울산에 둥지를 틀었다. 이번주부터 출근 중이다.
처음에는 잘 몰랐던 게 두 가지 있었는데, 하나는 첫 학기에 그렇게 몸이 아파서 고생하는 바람에 '저러다 기자는 고사하고 학교는 마칠 수 있을까?' 걱정하게 만들었던 것이고, 두 번째는 의외로 터프했고 '지역'을 좋아했다는 점이었다. 건강 관리를 열심히 한 덕분에 두 번째 학기부터는 병원 간다고 수업 빠지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
학생식당에서 일단 즐거워 보이는(?) 한때. 근데 무슨 상황이었을지는 좀 궁금...
우연히 발견한 제천의 가로수 관리 부실 문제에서 시작해 동료들과 함께 전국의 가로수 관리 문제를 끈질기게 취재해서 보도했고, 단양댐 취재를 하러 갔다가 쏘가리 문제로 방향을 틀어서 끝까지 기사를 완성한 일도 있다. 가로수는 특히 단발 과제로 끝날 뻔한 것이 나중엔 데이터 분석까지 해야 하는 수준으로 기사가 커졌었다. 동료들과 협업이 돋보였던 기사.
지역사회부 동료들의 방학 과제 독려하다가 갑자기 부장이 취업을 하는 바람에 <단비뉴스> 출고가 좀 걱정이지만, 그건 후임 부장이 잘 챙기실 것으로 믿고... 이채현 기자가 ubc 울산방송에서 맹활약하는 소식을 기다리기로.
다음은 이채현 기자가 현재와 미래의 동료들에게 보내온 후기. 참고로, 채현 씨는 2022년 <세명대학언론상> 최우수상 수상자 출신이다.^^
ps. 대문 사진에 눈싸움(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있는데, 세저리민 취업 후기에 유독 눈 사진이 많이 등장하는 건 나름 이유가 있다. 세저리 오면 자연히 알게 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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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탄 기차가 때로는 목적지에 데려다 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기차를 아무렇게나 타곤 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목적의식이 딱히 없었고, 하고 싶은 것이나 되고 싶은 것도 없었고, 닮고 싶은 사람이 있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기차를 잘못 타는 일이 많았습니다.
초등학교 적 가장 어려운 숙제가 꿈을 찾아가는 것이었습니다. 대다수가 원하는 직업을 찾아 써낼 수는 있었지만, 꿈이라는 게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부는 하지도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친구를 따라 학원에 가보기도 하고, 기자가 뭔지 모르면서 학보사를 해보자는 친구의 설득에 넘어가 취재에 던져지기도 했습니다.
2024년 말 세저리 출신 총동문회인 <세저리인의 밤> 행사에서 절친들과 함께. 제일 오른쪽이 이채현 씨다.
지금 돌이켜 보면 저는 기차를 잘못 타더라도, 기차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이 절 좋은 방향으로 데려가 주곤 했던 것 같습니다.
세저리 입학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으로 기자라는 직업을 하며 살아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세명 대학언론상을 계기로 입학하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세저리가 어떤 곳인지 잘 몰랐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는 걸 학기가 지나며 알게 됐습니다. 배움이 어떤 것인지, 기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기사는 무엇인지를 처음부터 알 수 있고 상상해 보지 못한 일들을 할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세저리에서 듣는 수업들이 기자가 되는 과정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취재가 무엇인지, 사회는 어떻게 구성되는지, 기자가 가져야 할 윤리의식은 무엇인지 기본적인 소양은 물론 전형 과정에서 세저리의 경험이 답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단비뉴스 지역사회부에서 일하며 지역에서 어떤 기사를 써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었던 시간이 도움이 됐습니다. 고민을 바탕으로 기사를 출고해 본 경험도 실무와 면접 전형에 녹일 수 있었습니다. 석쌤의 날카로운 데스킹을 받으며 글쓰기가 어떤 것인지 배웠습니다. 저의 부족한 글을 보시게 해 송구할 따름이지만… 항상 감사했습니다.
날카로운 피드백을 주고받던 지역사회부원들의 가을 현장답사. 이건 2023년 가을 사진. 장소는 배론성지.
참고로 제가 맨 앞에 적은 말도 민식쌤을 알기 전 2020년 민식쌤의 브런치에서 본 말이었습니다. 그 글을 보며 기자가 될 결심을 다졌는데, 세저리에 와 다시 뵈었다는 게 참 신기한 일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세저리에서 만난 교수님들, 동료들이 저를 어디로든 나아갈 수 있게 이끌어줬습니다. 채용 전형을 하다 보면 매일 같이 실패라는 단어를 곱씹게 되는데, 너무 매몰되지 않고 계속할 힘을 세저리 동료들로부터 얻었습니다. 동기 짝꿍들인 정현, 세은, 나경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언젠가 힘든 순간이 오더라도, 세저리에서 만난 사람들로부터 얻은 것들이 오래 남아 계속 기자로 살아갈 수 있게 할 기억이 될 것 같아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배움의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기자는 누구보다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잘 말하는 직업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세저리에서 얻은 걸 바탕으로 새로운 앎을 맞닥뜨리는 걸 주저하지 않고, 잘 듣고 잘 말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현장에서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